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 프랑스서 체포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가 프랑스서 체포되었다. 억만장자인 파벨 두로프는 러시아 출신의 사업가이자 망명객이다. 그런 그가 왜 체포되었을까? 파벨 두로프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할 것 같다.


파벨 두로프와 텔레그램

올해 39살인 파벨 두로프는 2013년 형과 함께 러시아의 페이스북이라고 불리는 소셜미디어 브콘탁테를 출시,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2014년 러시아 정부가 반정부 시위의 참가자들의 개인정보와 반정부인사들의 계정 삭제를 요구하자 이를 폭로한 후 독일로 망명했다.

망명 후 그는 텔레그램을 본격적으로 서비스해 전세계적인 성공을 거둔다. 텔레그램의 강력한 보안성은 이런 태생적인 특질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텔레그램의 사용자 수는 9억 명을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사용 이용자 수는 300만으로 카카오톡에 이어 2위.

연이은 성공으로 그의 자산은 원화로 20조 5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널리 알려진 이런 그의 이력과 텔레그램의 보안성은 우리나라에서도 몇 차례 돌풍을 일으키기기도 했다.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


디지털 망명시대

필자도 한 때 카카오톡을 지우고 텔레그램만 쓴 적이 있다. 약 2년 정도 그랬던 것 같다. 이유는 간단했다. 사찰 문제였다. 카카오톡이 사적인 대화까지 당국에 알린다는 말이 한참 돌았다. 그런데 텔레그램은 그 보안성이 극악할 정도라고 했으니, 혹하지 않을 리야.

뭔가 잘못한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사적인 영역을 보호 받고 싶었을 뿐이었다. 필자 같은 범부의 대화를 누가 들여다보겠나 만은 누군가와 소근거린 이야기까지 타인이 엿들을 수 있는 곳이라면 이용하지 않는 편이 뒤에 남을 불편함을 더는 길이다 싶었다.

2013년 박근혜 정부시절, 광범위한 소셜미디어 사찰과 2014년 테러방지법 등이 이런 사람들의 불안감을 자극, 디지털 망명을 촉발했다. 많은 사람들이 텔레그램으로 몰려갔다. 익숙하지 않은 인터페이스에 금방 등을 돌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필자처럼 오래 사용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지금은 카톡 계정을 복구하고 텔레그램도 사용하고 있다. 고백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연락이 끊긴 모임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여담이고, 빛이 전혀 들지 않는 지하실에 곰팡이가 슬듯, 텔레그램도 딱 그 짝이 되었다. 사용자의 사적인 자유의 영역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밀폐시킨 그 안이 음지를 좋아하는 어두운 것들의 서식처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자유냐 정의냐

대립되는 명제는 아니지만, 적어도 파벨 두로프의 구속 앞에서 이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는 없다. 벌써 일론 머스크는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트윗을 올렸다. 아니 이제 X라고 해야 하겠네.

어쨌든 강력한 보안성을 이용하는 것은 개인적인 메세지를 주고받는 평범한 사람들 만의 몫은 아니었던 게다. 성착취물 공유, 테러, 마약 등등, 보안성을 요구하는 누구라도 텔레그램이 제공하는 그늘 속에 몸을 숨길 수 있었다.

텔레그램 측은 조수빈의 n번방 사건 때도 아무런 협조를 해주지 않았다.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프랑스에서 체포된 파벨 두로프를 보면 능히 짐작할 만하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정의를 위해 개인의 자유를 희생시켜도 되는 것일까? 아니면 공익이란 명분으로 일정정도 개인적인 자유는 양보해야 하는 것일까? 

단순히 공익이라고 표현한다면 오해의 소지가 있겠다. 국가권력이 늘 정의롭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독재정권이나 혹은 여론을 조작하려고 하는 삿된 무리가 공공의 이익, 정의를 참칭하는 일은 흔한 일이다. 

이번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의 체포는 많은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빅테크 기업들은 이번 프랑스의 조치를 예의주시하며 사업의 방향성을 검토할 것이고, 개개인들은 자유와 공익, 혹은 정의 사이에서 논쟁하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말

소셜미디어 시대에 막대한 부를 축적한 몇몇 자본주의 영웅들이 있다. 파벨 두로프도 마찬가지이다. 돌이켜보면 저커 버그나 베조스 등도 이런 추세에 올라타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인물들이다. 

기회를 포착하고 그것을 실현할 실력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들의 개인정보 이용 방식은 과연 옳은가? 하는 의문. 늘 뇌리에 맴돈다. 동네 구멍가게에 가면 돈을 지불한 만큼 어떤 대가를 가지고 나온다. 그들의 마진이 어떻든, 내 손에 쥐는 것이 있다.

그러나 소위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이윤은 납득하기 힘든 지점이 많다. 한 번 검색했다는 이유로 무엇을 검색하든 따라다니는 광고창. 나의 정치적 성향을 나보다 더 잘 아는 페이스북. 종종 터지는 개인정보 유출. 허구헌날 날아오는 뭔가 과녘을 노리고 쏜 듯한 스팸 문자.

제도적인 어떤 제재가 있어야 하는 것은 맞다고 본다. 과도하게 개인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되겠지만, 이런 거대 공룡 기업들의 횡포도 어느 정도 제한을 두어야 한다. 그러나 그 전에 우리 스스로가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는 않을까?

오늘 저녁에 누구랑 무엇을 먹었는지, 미국에 있는, 나의 정보를 상업적으로 이용해 먹을 생각만 하는 어떤 장사치에게 굳이 알릴 필요는? 열 번 생각해 보아도, 역시 없다. 그런 정보, 스스로 갖다바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본다. 

파벨 두로프 체포 사건, 상당히 흥미롭다. 함께 지켜보며 건전한 토론이 이어지길, 그리고 집단 지성에 기댄 멋진 담론이 형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다음 이전